♥♥♥♥ 퍼온 얘기 ★★★★★

♥ 고등학교 시절 아버지는 저주지 위쪽 천수답 논을 6마지기나 팔아 ♡♡고등학교 뒤 ○○동 산중턱에 방 3칸짜리 슬라브집을 사셨다.
아들 놈 하나 고등학교라도 마치게 할 요량이었을 게다.
나는 걸핏하면 천장에서 흙이 떨어지거나 비가 새는 집에서 할매와 둘이 살았다. 할매는 자취 생활을 힘들어하던 손자를 위해 함안과 마산집을 오가며 밥짓고 빨래를 하셨다.
우리 할매는 비록 시골 할매셨지만, 자존심이 엄청 나신 분이었다.
남에게 폐끼치는 것을 죽기 보다 싫어 하셨고, 남들에게 책 잡히는 일은 더 싫어 하셨다.
무엇보다 투쟁심도 강하셨다. 지고는 못사는 별스런 성정을 가지고 계셨다.
고향 우리 집과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사시는 '이리 댁' 아주머니는 우리 할매 뒷담화를 하시다가 머리카락을 한 움큼이나 뜯기셨다.
가끔 고향 내려가서 뵙는 '이리 댁' 아주머니의 헐빈한 주변 머리를 보면 내가 다 미안할 지경이다.
각설하고....
고2 때였나? 밤 10시 30분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은 험했다.
마산고 교문에서 산중턱에 걸려 있는 집까지 좁은 골목길로 이어졌는데, 무척 고불고불하고 가팔랐다. 가로등도 귀한 시절이라 어둡기 까지 했다.
귀신이 나오거나 산적이 출몰해도 이상할 것 없는 산동네 골목 그 자체였다.
사건은 어느날 터졌다. 어둡고 좁은 골목 어귀에서 나보다 조금 나이 많은 형들 3명이 갑자기 나타났다.
'뒤져서 돈 나오면 10원에 한 대씩'이라는 협박과 함께 나는 천 원짜리 2장과 백원짜리 동전 몇개를 빼앗겼다.
돈 적게 가지고 다닌다고 귀싸대기 2대와 쪼인트 1방도 덤으로 맞았다.
얼굴이 벌겋게 부어 집에 온 손자를 보자 말자, 영민하신 우리 할매는 단박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깨달으셨다.
냉큼 부엌으로 달려가 식칼을 몸빼 바지 춤에 차고 어두운 골목길을 휘이저어 달려 나가셨다.
할매가 식칼을 들고 밤마다 골목길을 휘젓고 다닌지 사흘째 되던 날이었다.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돌아온 내게 할매는 2700원을 돌려 주셨다.
그리고
"다시는 맞고 댕기지 마라"고 명령하셨다.
할매가 그 돈을 어디서, 어떻게 돌려받았는지, 아직까지 상상도 안된다.
우리 할매가 그런 분이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