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삿갓은 산길을 진종일 걸어오다가 해거름에 어떤 마을에 당도하니 고래등 같은 기와집 마당에 사람들이 들끓고 있었다. 한편에서는 떡을 치고
한편에서는 부침개를 부치고,
김삿갓은 부침개 냄새를 맡자 새삼스러이 허기가 느껴져 옆 사람에게 물어보았다.
"무슨 큰 잔치가 있기에 이렇게도 법석거리오?"💃😀
마을 사람들은 김삿갓을 나무라듯 대답했다.
"당신은 내일이 오 진사 댁 진갑 날이란 것을 모르오. 이번 진갑 날에는 본관 사또님을 모시기 위해서 돼지 다섯 마리와 황소 한 마리를 잡았다오."🌏🇷🇺
옆에 있는 사람이 퉁명스럽게 한마디 던졌다.
"이 사람아! 사또께서 내일 오실지 안 오실지 몰라서 오 진사
어른은 지금 똥줄이 타고 계시다네."🙋😉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오 진사는 며칠 전 사또에게 사람을 보내 이번 진갑 잔치에 꼭 왕림해 주십사는 서한을 보냈는데, 사또는 즉석에서 답장을 써 주었다.
그런데 답장의 내용이 온다는 것인지 안 온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 쩔쩔매고 있다 한다. 만약 사또가 온다면 오진사가 동구 밖에 까지 마중 나갈 준비도 해야 되고, 사또에게 드릴 큰 잔칫상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데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는 딱한 사정이다.
김삿갓은 은근히 흥미가 동해서 오진사에게 가서 정중히 여쭈었다.🍁🍈
"지나가던 과객이올시다.
댁에서 사또의 편지로 무척 심려 중에 계시다고 들었기에 소생이 한번 풀어 볼까 해서 실례를 무릅쓰고 왔습니다."
똥줄이 타고 있던 오 진사는 마치 구세주를 만난 듯 김삿갓을 사랑방에 정중하게 모셨다.
넓은 사랑방 안에는 사또의 편지를 읽어 주려고 모여든 내로라 하는 선비들이 열 명이나 둘러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우선 술이나 한잔 주시오."
하고 김삿갓이 한마디 하였다.
오진사가 손수 주전자를 들고 와서 정중하게 한잔 따른다. 앉아 있던 선비들은 김삿갓의 초라한 행색을 보고 못마땅하게 여기는 기색이 역력했다. 🍠🍍
우리가 풀지 못하는 사또의 편지를 너 같은 게 감히 어떻게 풀 수 있다고 술을 덥석덥석 받아 마시느냐고 아니꼽게 여기는 눈치다.
사또의 편지를 보니 한지로 반절 넓이의 큰 지면에 커다란 글씨로
來 不 往(내불왕),
來 不 往(내불왕)📮ℹ
이라는 여섯 글자만이 적혀 있을 뿐이 아닌가.
김삿갓은 너무도 간단한데 놀랐으며 눈앞이 아찔해 옴을 느꼈다.그 문장을 어떻게 해석해야 좋을지 전연 알 수가 없었다.
"음..매우 기기괴괴한 문장인걸!"
김삿갓은 우선 생각해 볼 시간적 여유를 갖기 위해 천연덕스럽게 그렇게 중얼거려 보았다. 방안에는 숨막히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오 진사는 초조해서 다급하게 물어보았다.🍎🔓
"선비! 사또께서 오신다는 겁니까? 안 오신다는 겁니까?"
"음...사또 어른하고 진사 어른하고는 매우 두터우신 사인가 보구려.
그렇지 않다면 이런 장난스러운 편지는 보내지 않았을 터인데"😏🙌
오 진사는 만면에 웃음을 피우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가깝다 뿐이겠소이까. 어려서 부터 동문수학을 하면서 별의별
장난을 다해 온 사이랍니다."
김삿갓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사또의 편지는 틀림없이 참석하겠다는 사연임이 분명하다는 확신을 얻었다. 친구지간에 초청을 받고 참석을 못하면 한마디쯤 사과의 말이 있어야 옳은 일인데, 그런 빛은 전연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사또께서는 진갑잔치에 틀림없이 참석하겠다고 했으니 영접할 준비를 서두르시죠."
하고 김삿갓은 선언했다.
오 진사는 그 말에 뛸 듯이 기뻐하며 물어본다. ⛲✳
"어떻게 풀이했는데 그런 해답이 나오게 됩니까?"
김삿갓이 자신만만하게 단언을 내리자 옆에 있던 선비들은 공술만 얻어먹기가 미안했던지 아니면 열등감을 느낀 탓인지 제각기 공박한다.
"귀공은 그 문장을 어떻게 해석했기에 그런 단언을 내리시오?"◀⤴
옛날에 80세 노인이 나이 어린 처녀와 정을 통하여 아들을 하나 낳은 일이 있었다.
그런데 노인은 임종이 가까워 오자 가족들에게
'八十生男非吾子 (팔십생남비오자)' 라는 유서를 한 장 내 보였다.👄⚠
유족들은 그 여자에게 유산을 나눠주지 않으려고
'80에 생남했으므로 그 아이는 내 아들이 아니다.'
라고 해석했고,
아기의 어머니는 유산을 나눠 받기 위해
'80에 생남했다한들 어찌 내 아들이 아니오' 😥🍤
라고 해석했다는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다.
한문이란 이처럼 토를 달기에 따라서 해석이 뒤바뀌는 경우가 얼마든지 많다.
'앗! 바로 이런 뜻이로구나.'🏣㊗
하고 김삿갓은 마침내 정답을 알아내게 되어 마음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싱긋이 웃었다.
오 진사는 답답한 심정을 견딜 수가 없는지 간청을 한다.
"여보시오. 선비! 나는 지금 똥줄이 타다 못해 이제는 간이 타오를 지경이오.
편지 사연을 알고 계시거든 애를 태우지 말고 빨리 설명을
해주시오."🏰😻
"하하하, 이 편지는 결코 어려운 내용이 아닙니다.
來不, 往과 來, 不往이라고 토를 달아서 읽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말로 설명하면
'오지 말라고 해도 가겠는데, 하물며 오라고 하는데 어찌 가지 않겠느냐?'
하는 소리올시다."👋😳
김삿갓의 설명을 듣고 나자 좌중에는 별안간 폭소가 터졌다.👌🚮
"과연 듣고 보니 선생의 해석은 귀신과 같으시오이다. 선생 덕분에 만사가 시원스럽게 풀려서 내가 이제야 살아나게 되었소이다. 여봐라, 지금 우리 사랑에는 귀한 선비님이 와 계시니 술상을 새로이 푸짐하게 차려 내오도록 하여라."🎅⚪
옆에 있던 선비들도 저마다 감탄을 마지 못한다. 이리하여 김삿갓은 사또의 편지를 풀어준 덕택에 술과 음식을 배불리 얻어먹었고 그 날 밤에는 오 진사 댁 사랑방에서 하룻밤을 편히 지낼 수가 있었다.🌃◀
다음 날, 사또의 행차가 가까워 온다는 전갈이 있자 오 진사는 직접 마중을 나가느라고 야단법석이었다.
김삿갓은 개밥에 도토리 노릇을 하고 싶지 않았다. 조반을 한 술 얻어먹고 나서 아무도 모르게 오 진사 댁에서 나와 구름처럼 바람처럼 산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걸음걸음 구름 따라 숲 속에 들어서니
솔바람 냇물소리 옷깃을 씻어주네
뜬세상 사람들 누가 나를 알아주랴
오로지 산새만 내 마음 아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