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실패로
가정까지 풍비박산이 나고
한 평짜리 고시촌에서 하루 끼니를 걱정하며 보내다 달빛 노을이 그려준 길을 따라 찾은 직업
“택배기사”
다른 인생은 있어도
틀린 인생은 없다고
자신에게 위안을 보낸 뒤
덥수룩한 머리를 달빛을 풀어 감고선
골진 인생의 아픔과 비명이 고드름
처럼 붙어 있는 수염을 한 움큼 비워
내고 바람을 업고 첫 출근을 하고 있던 날
세상은 푸르고
하늘은 참 높은 것 같았습니다
콘베어 벨트를 타고
주인을 찾아 떨어지는 물건들로
밤을 밝히다 새벽녘 지친 별들을 주워담듯 주섬주섬 차에 실어 아침을 열고 나오니
“어..김기사..오늘도 욕보고..”
“네..반장님...수고합쇼”
낮달처럼 어설픈 인사 몇 마디로
가슴속 비워진 허기를 달래며
바람을 밟고 차는
앞으로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내달려진 걸음을 따라
한 집... 두 집 ..
고갯길..
구부러진 길..
외진 길....
찾아다니다 보니
어수룩한 저녁이 먼저와 반길 때까지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사람들의 모습
을 그려보며 못다 배달한
집을 찾아 도착한 대문 앞에는
울어대는 아기의 울음소리가 먼저와
반겨주고 있었습니다
“저..택뱁니다..안에 누구 계세요?”
“우리 집에 올 게 없는데...."
라며 절름거리는 다리를 마저 일으켜
다가오는 할머니를 보며
“여기가 김춘자 씨 집이 맞죠?”
“김춘자....옆집이유,그리 가보슈”
미안하다는 듯
어설픈 인사를 건네며 뒤돌아서
또 다른 칠을 한 대문에 어설프게 매달려 있는 허공이 집이 된 초인종
을 눌렀을 때
“거 누구요?”
“아..네 택뱁니다
여기가 김춘자 씨 댁이 맞죠?”
“내가 김춘잔디...
뭐시 이 밤에 온단가?”
시골로 시집간
딸내미가 농사지어 보내준
복분자라며 힘들게 여까지 오셨으니
한잔 먹고 가라는 성화에 못 이겨
앉은 자리에 밤을 달리는 열차의 기적 소리 같은 아기 울음소리가 담을 건너
메아리치고 있었습니다
“어구 미친년..
애를 낳았으면 저것들이 키울 일이지
애미 애비라꼬 싸질러놓기만 하면 땡인겨..
“...........“
“이혼하고 아픈 지 애미한테
맡겨놓고 서로 어디로 도망을 갔는지...
원참
자식이 아니라 웬수여 웬수..“
“..........”
“애기 분유도 살 돈 없는 지애미한테
턱 맡겨놓고 사라진 게 인간이여 머여”
얇은 주머니라
물질로 채워 주진 못해도
이웃을 걱정하는 할머니의 마음을
담은 주스를 마시는 동안
이어진 넋두리를 어설픈 웃음으로 대답하고 도착한 고시촌에도 그 아기의 울음
소리는 똑같이 울려 퍼지고 있었습
니다
밤을 보낸
아침이 새로운 하루라고
소리치고 있던 다음 날
대문안에는
아이가 먹을 분유가 놓여져 있었고
다음날
또 다른
그 다음날에도
하나의 손으로도
나눌 수 있다는걸 말하려는지
아기 분유가 숱한 밤과 낮을 건너다니
며 놓여져 가고 있을 때
햇살에 잘 다려진
구름 한 점을 따라 돌아온 딸이
아이를 데려갔다는 이야기만
휑한 슬픔만 머문 골목길에
부는 바람에 실려
오고 갈 뿐
아기의 울음소리는 들리질 않았고
녹슬고 휘어진 대문에는 종이 하나만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습니다
"누군진 알 수 없지만
당신 덕분에
꺼져가는 한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며...
주신 사랑 힘든
누군가에게 꼭 돌려 드리겠다고..."
쓰여져 있었습니다
행복은
서로 돕고 나누는 것이기에
따뜻한 마음으로 채워줄
가슴 하나면 충분한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