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 어느 양반집 대감이
직접 돌아다니며
며느릿감을 구하러 다니던중...
한 마을의 우물가를 지나치다 보니
한 처녀가 물을 긷고 있었다.
차림새는 비록 남루하지만
용모가 뛰어나고
관상도 복스럽게 생긴
훌륭한 규수였다.
뒤를 따라가 보니 상민(常民)의
집 딸이었으나
신분과 관계없이 자청해
며느리로 삼기로 했다.
그러나 아들은 상민의 딸을
신부 감으로 맞아들이는 데 대해
불만이 많았다.
그리하여 첫날밤에 소박을 놓아 쫓아
낼 작정으로
신부에게 시 한 수를 써 주며
적절한 댓구로
화답하지 않으면 잠자리를
같이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랑 왈(曰)...
"청포대하(靑袍袋下)에 자신노(紫腎怒)이니,"
(푸른 도포의 허리띠아래 붉은 양물이
성을 내니, 腎신 = penis)
그러자 신부가 기다렸다는 듯이 붓을 받아 들고는...
"홍상고의(紅裳袴衣)에 백합소(白蛤笑)라."
(붉은 치마 고쟁이 속에서는
흰 조개가 웃는구나.
고袴 = 고쟁이 / 합蛤 = 조개)
하고 화답하니...
신랑은 신부의 실력에 놀라
소박은 커녕 신부를 덥석 끌어안고
운우지정(雲雨之情)을 나누며
첫날밤을 질탕하게
새웠다고 하더라.
한시는 대귀(對句)가 기본인데
완벽히 대귀를 한 신부의 실력이
한수 위였다는 얘기.
외설이 아니고 한시 강좌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