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위혈계색(爲血戒色) ● (4월17일 실버 방송)
고전 속의 지혜입니다. 향토사학자 이양훈님이 고전 속의 교훈을 들려 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1. 오늘은 어떤 얘기를 하시겠습니까?
(이) 오늘은 위혈계색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2. 위혈계색, 무슨 뜻입니까?
(이) 위혈계색은 위할 爲, 피 血, 경계할 戒, 색깔 色입니다. 즉 피를 위하여 색을 경계한다는 뜻입니다. 피는 혈기 건강 을 말합니다. 이 성어의 출처는 공자의 논어 계씨 편입니다.
3. 위혈계색 글 중에 色이라는 게 뭔지 궁금하군요?
(이) 이 색에 대한 해석이 두 가지인데
첫째는 색 뜻 그대로 빛깔 칼러인데, 이 칼러 색은 물질을 말합니다.
4. 그러면 만물이 모두 색인가요?
(이) 그렇습니다. 색깔과 형체가 있는 만물은 색입니다. 그러면 색의 반대는 무엇인가? 정신입니다.
그러므로 색은 보이는 것이고 정신은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5. 색즉시공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이) 불교 반야심경에 나오는 색즉시공의 색도 같은 것입니다. 색은 보이는 세계, 공은 보이지 않는 세계입니다. 공자의 색이나 불교의 색은 기본적으로 같은 것입니다.
당나라 현장법사는 산스크리트어 경전인 반야심경을 번역하면서 물질을 색으로, 정신을 공으로 표현하였습니다.
6. 공자 계씨 편의 위혈계색 원문은 어떤가요?
(이) 공자는 말하기를 君子三戒하니 少之時,血氣未定,戒之在色이라 했습니다.
즉 군자는 세 가지 경계할 것이 있으니 혈기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을 때 색을 경계하라고 했습니다.
7. 그 색은 여색 같기도 하군요.
(이) 맞습니다. 이 공자의 색 2번째 뜻은 여색입니다. 남성들에게 본능적으로 작용하는 여색입니다.
공자는 아직 성장 중이며 공부하는 소년이 자칫 여색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하였습니다.
8. 청소년만 그렇겠습니까? 어른들도 여색에 빠지지요? 더욱이 요즘 n번방 사건을 보면 더욱 그렇지 않습니까?
(이) 그렇습니다. 이번 n번방 사건을 보면 어른 소년까지 모두 얽힌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9. 색을 극복한 중국고전 사례가 있는지요?
(이) 들자면 모모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중국 고전을 보면 고대시대에 삼황오제가 있어 신농·복희·여와가 삼황이고, 黃帝·전욱·제곡·요·순이 오제인데 오제의 으뜸인 황제는 동이족의 천왕인 치우와 싸운 인물입니다.
이 황제와 함께 협의하고 치우를 이길 전략도 알려준 인물이 그 부인 모모였습니다. 황비 모모는 황제가 중국나라를 다스리는 데 큰 도움이 되는 부덕 높은 여인이었지만 모모는 중국사에서 외모가 가장 못난 추녀로 전해옵니다.
이성을 보는 기준이 여러가지 있겠지만 중국 황제처럼 외모보다 부덕 심덕 지혜를 높이 봐야 할 것입니다.
10. 외모와 무관하게 덕이 높았던 여성 모모였군요. 중국사에서 그런 훌륭한 여성이 많았나요?
(이) 그렇습니다. 후한시대 반소는 중국 초기 4대미인 중의 한사람이었지만 학문이 뛰어나 중국 내훈인 여계 7편을 만들었고, 오빠 반고가 후한서를 완성하지 못하고 죽자 뒷부분을 그녀가 집필 완성했습니다.
반소는 원래 출가하였지만 남편이 요절하자 평생을 홀로 수절하면서 중국사에서 가장 존경받는 여성이 되었습니다.
11. 동서양사에서 미인에 빠지는 여색으로 인해 나라가 기울고 힘들어진 경우가 많지요?
(이) 세계여성사를 보면 그런 사례가 많이 나타납니다. 중국 역사속의 4대미녀들을 보면 그 속에 부정적 사례도 있습니다.
12. 우선 양귀비가 있을 것 같군요?
(이) 그렇습니다. 양귀비는 당나라 때 인물이었고 당나라 이전에는 왕소군, 조비연, 반소, 녹주 이렇게 네 명이 중국4대미인이었고, 양귀비 이후는 서시, 왕소군, 초선, 양귀비입니다.
이중에 양귀비와 서시, 조비연이 나라를 기울게 한 쪽입니다.
13. 조비연은 누구죠?
(이) 조비연은 기원 전후인 2천 년 전, 전한 말년에 전한이 망하는데 관련된 여인입니다. 전한 말년에 황제 성제가 국사를 버려두고 놀기 좋아하고 여색을 탐닉하였는데 마침내 요염한 조비연이 나타납니다.
조비연은 이름이 나르는 제비 비연이듯 중국미인 중에 가장 몸매가 날씬하여 오늘날 중국 여성전통의상으로 치마가 갈라진 유선군이 조비연에서 유래되었습니다.
14. 유선군, 알겠네요. 중국영화에 많이 나오는 그 치마죠?
허벅지쯤부터 찢어진 치마죠?
(이) 그렇습니다. 그 유래가 당시 배를 타고 황제와 놀면서 춤추던 조비연이 물에 빠지려 하자 황제가 그녀의 발목을 급히 붙잡다가 치마폭의 한쪽이 길게 찢어지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찢어진 치마가 중국 여성 의상인 유선군이 되었습니다. 조비연은 자식을 낳지 못했는데 황제의 자식을 낳은 궁인들을 모두 죽이는 악행을 저지르고 음행을 일삼았습니다.
그러나 황제가 죽자 탄핵되어 서인으로 전락하고 이후 걸식으로 연명하는 거지가 되었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녀가 죽자 전한 나라도 기울어 왕망에게 망했습니다.
15. 저는 녹주라는 여인이 궁금하군요?
(이) 녹주는 서기 200년대 말인 서진시대 여인인데 중국 역사상에 최대부자인 석숭의 애첩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석숭은 촛불로 밥을 짓고 길이 50리의 비단장막을 치고 살며, 자신이 시인이라서 당시 저명인사들을 초대한 잦은 호화연회로 유명했습니다.
녹주는 국제무역을 하던 석숭이 남방에서 구한 동양 최고미인이었습니다. 그러자 녹주를 탐낸 조정 권신인 손수가 녹주를 자기에게 달라고 하자 석숭이 거절했고 앙심을 품은 손수는 나중에 석숭을 반란자로 황제에게 무고하여 죽였습니다.
녹주는 누각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죽고 맙니다.
16. 여인을 뺏지 못했다고 무고하여 죽이는 것은 심했군요?
(이) 무고를 당할 때 황제앞에 나서 옹호하는 자기편이 없으면 필히 죽게 됩니다. 우리 충무공 이순신 장군도 정유재란 때 일본측의 반간계 모략에 빠진 선조가 충무공을 불러 죽이려고 했습니다.
그때 같은 동인인 정탁이 결사간언하여 백의종군으로 강등되어 살아남았습니다. 비슷한 사례로 중국 명나라 말년에 홍광제가 후금의 반간계에 속아 후금을 막던 천하명장 원숭환을 억울하게 처형하자 궁궐이 함락될 때 장졸들이 아무도 나타나지 않아 황제가 죽고 명나라가 망했습니다.
17. 위혈계색처럼 여색을 경계한 우리 선인들의 교훈은 없습니까?
(이)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글귀가 고려 이규보의 색유입니다. 색유(色喩)는 여색에 대해 깨우친다는 뜻인데 이렇습니다.
안지교자 사왈인(眼之嬌者 斯曰刃)이며 미지곡자 위지부(眉之曲者 謂之斧)라, 미녀의 아름다움은 사람을 찌르는 칼이며 미녀의 눈썹은 내리치는 도끼날이라 여겨라. 협지풍자 독약야(頰之豐者 毒藥也)이며 비지활자 은두야(肥之滑者 隱蠹也)라. 미녀의 고운 뺨은 독약이며 부드러운 피부 아래에 독충이 숨었다고 여겨라. 이렇게 여색을 경계하는 글을 남겼습니다.
보기에 따라서 아름다운 여성을 과하게 나무란 것도 같지만 이규보가 활동하던 고려말 시대가 왕실이나 개경사회가 대단히 퇴폐적이었습니다. 위혈계색이 필요한 점에서 그 고려말이나 n번방 시대인 요즘이나 같지 않나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