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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패유관사

■♣ 국패유관사(國敗由官邪) ■● (4월3일 실버 방송)

고전 속의 지혜입니다. 향토사학자 이양훈님이 고전 속의 교훈을 들려 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1. 오늘은 어떤 얘기를 하시겠습니까?

(이) 오늘은 국패유관사(國敗由官邪)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2. 국패유관사, 무슨 뜻인가요?

(이) 국패유관사는 나라 國, 무너질 敗, 말미암을 由, 관청 官,

어긋날 邪입니다. 즉 나라가 무너지는 것은 관이 올바르지 못한 때문이다란 뜻입니다. 바른 국가, 올바른 공직자의 중요성을 얘기한 것입니다.

3. 어디에 나오는 5자성어인가요?

(이) 공자가 지은 춘추의 해설서인 춘추 좌씨전에 나오는 말입니다.

4. 흔히 얘기하는 춘추와 춘추좌씨전은 다른가요?

(이) 다르면서도 같습니다. 공자가 춘추라는 춘추시대 노나라 역사책을 지었지만 현재 춘추 하면 모두 이 춘추 좌씨전을 말합니다.

옛날부터 우리나라 유학자들이 공부한 춘추도 이 춘추 좌씨전입니다.

좌씨전은 공자의 춘추를 아주 상세하고 역동감있게 해설하고 현장 고증하여 동양 고전이 되었습니다. 좌씨전은 공자의 제자인 노나라 태사 좌구명이 지었습니다.

5. 춘추도 종류가 다양한가 보군요?

(이) 춘추는 5가지가 있습니다. 노나라 사관이 쓴 원 춘추가 있고, 이 춘추에 공자가 자기 견해를 입힌 공자 춘추가 있고, 공자 춘추를 해설한 좌씨전 춘추가 있고, 또 전국시대에 공양고가 해설한 공양전 춘추가 있고, 곡량숙이 해설한 곡량전 춘추가 있습니다.

다른 두 춘추가 자귀 해석을 중심으로 했음에 비해 역사적 실증 해석을 한 좌씨 춘추가 최고라 합니다.

6. 춘추는 사서 3경에 들어갑니까?

(이) 춘추는 사서 3경이 아니고 4서5경에 들어갑니다. 4서3경은 논어 맹자 중용 대학이고 3경은 서경 서경 역경인데, 5경은 이 3경에 예기와 춘추가 더 들어갑니다.

7. 오늘의 국패유관사, 춘추 좌씨전 원문에 어떻게 나옵니까?

(이) 국패유관사 원문은‘국가지패는 유관사야(國家之敗는 由官邪也) 관지실덕은 총뢰장야(官之失德은 寵賂章也)’라 했습니다.

그 뜻은 나라의 쇠퇴는 관인의 부당한 행위 탓이며 관인이 덕을 잃는 것은 총애와 뇌물을 탐하는 데 있다는 말입니다.

여기서 관인은 공직자를 말하고 총뢰의 총은 상사에게 입는 총애이고 뢰는 뇌물입니다.

8. 춘추시대뿐 아니라 요즘 시대에도 적용될 말 같군요?

(이) 2500년 전 춘추시대나 지금이나 같다면, 업자들과 지나치게 밀착하여 향응을 받고 금전이익을 취하는 것이 해당될것이고, 또 자신의 출세를 위해 인사권자의 뜻에 맹목으로 따르면서 백성이나 보편 시민이 도외시되는 총애행정이 될 것입니다.

9. 먼저 뢰, 즉 뇌물에 대해서 얘기하면 어떻습니까? 요즘도 있을까요?

(이) 그게 전혀 없으면 공직수사처가 생기지도 않았겠죠. 그래도 옛날에 청백리가 많았습니다. 옛날에 탐관오리가 많았다고 하는데 실제는 성실히 자신의 소임을 묵묵히 다하는 소신관리가 더 많았습니다.

가렴주구 운운은 춘향전 소설에 나오는 변학도 얘기가 과장되었다고 봅니다. 굳이 부패를 따지면 한양 조정과 궁중주변이 부패했다고 보아집니다.

10. 지방은 한양보다 훨씬 깨끗했군요?

(이) 특히 지방목민관들은 무척 깨끗했습니다. 대부분이 헌신 행정을 펼쳤고 자신의 봉급을 헐어 백성을 구휼하는 연름도 다반사였습니다.

11. 자신의 월급을 털어서 백성을 구제했군요.

(이) 그렇습니다. 연름은 捐은 기부할 연, 廩은 곳간 름, 또는 쌓을 름인데 목민관의 봉급을 말합니다. 울산의 목민관인 울산부사들도 이 연름을 많이 하였습니다.

12. 울산부사들의 연름 기록은 어디에 나타나 있습니까?

(이) 울산동헌에 가셔서 부사들 송덕비를 보시면 확인됩니다. 송덕비 전면이나 이면에서 어렵지 않게 연름 글자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13. 그러면 어느 부사가 연름을 하였는지 실제 사례를 알려주시겠습니까?

(이) 대표적인 분들만 들면 1823년에 부임하여 2년 재임한 이헌주 부사의 송덕비 이면에 경민고피 보이늠민(境民告疲 補以廩緡)이라 적혀 있습니다.

이는 변방의 백성이 어려움을 호소하자 부사께서 자신의 봉급 엽전 꿰미로 도왔다는 뜻입니다. 또 1870년에 울산부사로 와서 이듬해에 떠난 윤경진 부사 송덕비에는 연름보환(捐廩補還) 탕첨견포(蕩簽蠲布)라 적혔습니다. 이는 부민이 흉년의 어려움으로 환곡을 갚지 못하자 모자라는 곡식을 자신의 봉급으로 채웠고, 군포 대장 등재인이 부재하자 명부를 찢어 인징과 족징의 부담을 덜었다는 것입니다.

그 외에도 연름 사례가 병영에서도 확인됩니다.

14. 우리 동헌이 예사로운 곳이 아니군요. 새롭게 보입니다.

(이) 저는 울산의 신규 공무원들이 동헌을 먼저 가봐야 한다고 봅니다. 배울 점이 많은데 왜정시대 일본인들이 우리 역사를 버려야 할 역사로 교육하면서 이 역사가 무시되어 왔습니다.

울산의 조상님들에게 배울 점이 많습니다.

15. 국패유관사가 되지 않으려면 공직자의 생활보장도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이) 그렇죠. 옛날 공무원의 봉급이 박하여 생계를 위하여 어쩔 수 없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요즘 형편이 크게 나아졌지만, 물의가 그치지 않는데는 공직자들의 남다른 도덕심과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것은 갑질 논란에 싸인 대기업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16. 옛날 고사성어 중에 이를 경계시킨 말은 없나요?

(이) 있습니다. 李下不正冠(이하부정관) 瓜田不納履(과전불납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쳐매지 말며 참외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말라는 말입니다. 이말은 중국 한나라 악부에 나오는 말인데 쓸데없는 오해를 살 행위를 말라는 것입니다.

17. 자칫 공직자가 업자와 친하게 지내는 것을 경계한 말로 들리기도 합니다.

(이) 그렇습니다. 공직자가 업자나 관계자와 평소 과도한 관계를 맺는 것은 李下不正冠(이하부정관) 瓜田不納履(과전불납리)가 아닌 이하정관과 과전납리가 됩니다.

다행히 요즘 김영란법이 있어 시대가 바뀐 듯도 합니다.

18. 공직자뿐 아니라 사인 간에도 이하부정관이 필요하겠죠?

(이) 그렇습니다. 의혹을 받지 않도록 늘 처신을 조심하는 사람을 군자라고 합니다. 한나라 때 선비 곽무천은 군자방래연(君子防來然) 불처혐의간(不處嫌疑間)이라고 했습니다.

즉 군자는 미연에 방지하여 혐의를 받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군자는 대로행이라, 군자는 큰길만을 걷고 숨지 않아 사사로운 의심을 받지 않아 국패유관사가 없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