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동처정득 ● (3월20일 방송)
이양훈의 울산 이야기입니다. 향토사학자 이양훈 전KBS PD님이 고전 속의 교훈을 들려 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1. 오늘은 어떤 얘기를 하시겠습니까?
(이) 오늘은 동처정득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2. 동처정득, 무슨 뜻인가요?
(이) 동처정득은 움직일 動, 곳 處, 고요할 靜, 얻을 得으로 소요스런 곳에서도 고요함을 얻는다는 뜻입니다.
3. 소요란 시끄러운 곳인데 그곳에서 고요함을 어떻게 얻죠?
(이) 한마디로 평소 수양이죠. 시끄러운 곳에서 정신이 번잡하게 마련이지만 그래도 마음의 고요함을 잃지 않도록 하는는 것입니다.
원래 이글은 중국 홍자성이 지은 채근담에 나오는 말입니다. 원문은 정중정 비진정(靜中靜 非眞靜)이요, 동처에 정득래(動處에 靜得來)라, 재시에 성천지 진경(纔是에 性天之 眞境)입니다.
그 뜻은 고요함 속에서 고요히 있는 것은 참다운 고요함이 아니다. 소요스런 가운데서 고요함을 지닐 수 있어야만 비로소 심성의 참 경지를 얻은 것이다 하였습니다.
4. 시끄러운 가운데서 고요함, 그것의 가치는 무엇일까요?
(이) 시끄러움에 대해 침착히 대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태가 터졌을 때 경황없이 대처하여 일을 더 그르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럴수록 고요함을 잃지 않고 사태를 냉정히 분석하고 적절히 대처하는 것입니다.
5.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도 적용될 경귀가 되겠군요?
(이) 그렇습니다. 이번 사태에서 초기에 우왕좌왕했던 점이 없지 않은데 사태를 직시하고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적절히 대처하는 것이 소요속에 고요함을 잃지 않는 동처정득이 될 것입니다.
6. 우리 역사 속에서 동처정득 사례가 있다면 무엇이 있겠습니까?
(이) 많습니다. 울산에서 찾는다면 울릉도 독도를 우리 땅으로 확보한 안용복 박어둔의 사례가 동처정득이 되리라 봅니다.
안용복 박어둔은 조선 숙종 때인 1693년 1696년 2차에 걸쳐 울산에서 울릉도로 가서 울릉도 독도에 온 왜인들을 쫓아내었고, 안용복은 두 번, 박어둔은 한 번 일본땅으로 직접 들어가서 막부의 확답을 받아냈습니다.
그 때 두 분이 우리 조정의 허가도 받지 않고 일본으로 간 것이 아주 적절했습니다. 울릉도가 공도정책으로 조선 초부터 비었고 1600년대 초부터 90년 가까이 왜인들이 매년 내왕하여서 이미 실질적으로 잃어버린 울릉도를 두 분이 회복하셨습니다.
7. 안용복 박어둔 두분이 울산에서 갔습니까?
(이) 그렇습니다. 이 두 분이 울산에서 출발하여 울릉도로 갔음은 우리 사료에 나오고 일본 자료에도 상세히 나옵니다.
당시 동해바다로 가는 어선들의 출발지 포구는 울산이었습니다.
8. 울산 어디에서 갔을까요?
(이) 우리 실록이나 비변사등록은 확실히 기록치 않았고 일본자료 죽도기사는 부포라고 했습니다. 부포는 울산부에 딸린 관용포구인데 당시 부포는 선박수리소가 있던 선소인 내황포와 개운포입니다.
저는 개운포를 유력히 보는데 당시 박어둔이 울산남구인 대현면에서 청량면 목도 12통5반으로 이사갔다고 호적에 나오는 때문입니다.
두 분은 울릉도에 전복이 많다는 소문을 듣고 전복 채취를 위해 갔다가 왜인들을 만났죠.
9. 그 두분의 자취가 이제 울산에는 없죠?
(이) 그렇습니다. 울산을 출발기지로 했던 두분을 기려 울산에 기념물을 하나 세우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수년 전에 울산 정토사에 본부를 둔 박어둔선양회가 사비를 들여 목도 해변에 그 표지를 어렵게 세웠는데 울주군이 철거하였습니다.
10. 동처정득 얘기를 하지요. 동처정득을 위해 자기수양 이 꼭 필요해보입니다.
(이) 그렇습니다. 평소 수행을 통해서 이 경지에 이를 수 있습니다. 채근담은 이런 말을 동처정득에 덧붙이고 있습니다. 락처락 비진락(樂處樂 非眞樂)이니 고중에 락득래(苦中에 樂得來)해야, 재견 이체지 진기(纔見 以體之 眞機)라 했습니다.
이 말은 쾌락한 환경에서 느끼는 즐거움은 참다운 즐거움이 아니다. 괴로움 속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야 비로소 마음의 참 기틀, 진기를 얻었다 할 것이다 라는 말입니다.
11. 괴로움 속에서 즐거움을 맛본다는 뜻이네요
(이) 그렇습니다. 어려워도 즐거운 마음을 잃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어려움을 괴로워하지 않고 그것을 즐겁게 여기라는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매일 반복되는 즐거움과 괴로움의 심리적 필드에 놓여 있습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위축됩니다. 당한 어려움을 너무 괴로워 말고 즐겁게 받아들이라고 채근담은 말하고 있습니다.
12. 낙관주의네요
(이) 그렇습니다. 낙천주의도 되겠지요. 때로 하늘에 맡겨두는 여유도 필요합니다. 가장 좋은 것은 역경을 즐기는 것입니다. 좋으면 필히 나빠지는 것이 세상사입니다.
이것은 제가 말하는 말이 아니고 경제학의 원리 경기론에서 나온 말입니다. 모든 환경은 좋고 나쁘고를 반복합니다. 좋을 때에 안 좋을 시기가 올 것을 예지하고 미리 대비하면 현명한 것입니다.
13.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경기가 너무 좋지 않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무척 힘들어 합니다.
(이) 그렇습니다. 이 어려움에 너무 절망하지 말고 희망을 갖고 기다려 봅시다. 제 주변에도 극심한 자금난 탓에 종업원들 월급도 못 주고 페업을 해야마나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럴 때에 도와주실 분이 정부와 시당국입니다. 아주 죽게 내버려 두기야 하겠습니까? 기다리면 살길이 열릴 것입니다. 또 갑자기 코로나가 물러갈 수 있습니다. 시작과 끝이 있습니다.
14. 동처정득에 대하여 더 얘기한다면 어떤 얘기를 하시겠습니까?
(이) 동처정득에서 한걸음 더 나간 말로 질풍지경초(疾風知勁草) 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후한서에 나오는 말인데 바람이 불 때에 비로소 강한 풀을 안다는 말입니다.
15. 바람이 불면 쓰러지지 않은 풀이 강한 풀이군요.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이) 그렇습니다. 자연이나 인간사회에서 어려운 역경에서 진가가 드러납니다. 뿌리 깊은 나무는 태풍에도 넘어가지 않습니다.
이 코로나 역경을 이기면 이후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질풍지경초가 됩시다.
16. 힘과 뜻을 모으면 이 사태를 이겨내리라 싶습니다.
(이) 코로나도 곧 끝날 것입니다. 이 질풍지경초에 덧붙이는 말로 판탕지성신(板蕩識誠臣)이 있습니다. 이 말은 나라가 어지러울 때 진실한 신하를 알아본다는 말입니다.
이 말은 우리 옛 조정의 경연, 즉 왕이 공부하는 자리에 필히 등장하는 어휘였습니다. 조정에 신하가 많아도 어려울 때 함께 하는 신하가 진정한 신하였습니다.
임진왜란과 같은 역사의 위기 때 임금을 지키고 자기 자리를 지킨 인물들은 위인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도 모두 자기 자리를 지켜 위기를 동처정득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