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견미지저 (3월6일 실버 방송)
향토사학자 이양훈 님이 고전 속의 교훈을 들려 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1. 오늘은 어떤 얘기를 하시겠습니까?
(이) 오늘은 見微知箸(견미지저)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견미지저는 볼 見, 작을 微, 알 知, 젓가락 箸입니다. 젓가락을 보고 모든 것을 안다는 뜻입니다.
2. 젓가락을 보고 모든 것을 안다니 기이하군요?
(이) 현명한 사람은 젓가락만 보고도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압니다.
이 말의 주인공은 은나라 말기 현자인 기자로서 그가 은나라 마지막 왕 주왕이 상아젓가락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은나라가 망할 것을 예언했다는 것입니다.
3. 상아젓가락과 나라가 망하는 것, 관계가 있습니까?
(이) 기자의 말은 이렇습니다.“주왕이 상아젓가락을 쓰니 잔은 틀림없이 옥으로 만든 옥잔을 쓸 것이고 그러면 필히 먼곳의 기이한 물건을 구하고자 할 것이다.
그가 타는 말이나 수레, 궁실도 그리 꾸미고자 할 것이니 모든 것을 귀한 것만 찾아 사치가 되고 무리하게 되니 나라가 지탱될까? 건실한 기풍이 사라지면 나라가 망하는 법이다”이렇게 기자는 예언했고 사실 은나라는 그 말대로 주나라에 망하고 말았습니다.
4.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뜻이네요?
(이) 그렇습니다. 달리 견미이지청탁(見微而知淸濁), 도시지종(目睹知終), 견시지종(見始知終)이라고도 합니다.
견미이지청탁은 물 한방울만 보아도 맑을지, 탁할지 미래를 안다는 뜻이고 도시지종, 견시지종은 앞만 봐도 뒤끝을 안다는 뜻입니다.
5. 세상 돌아가는 형편을 예언할 수 있다는 말 같군요?
(이) 그렇습니다. 우리가 여러가지 사태를 만납니다. 개인도 그렇고 국가도 그렇습니다. 요즘의 코로나 바이러스도 마찬가지겠죠. 원래 조짐이 있었습니다.
애초에 손가락으로 막을 수 있는 구멍이 하늘처럼 커져버렸습니다. 현명한 사람은 이를 눈치채고 시작단계에서 막습니다. 작은 것도 예사로 보지 않으면 뒷날의 큰 사태를 막습니다.
6. 대비를 위한 견미지저이군요.
(이) 그렇습니다. 향후 전개 상황을 미리 알면 대비하여 고칩니다. 그래서 대비하여 훈련도 합니다. 민방위훈련이 있듯 방역대비훈련도 있습니다. 이런 훈련은 가상훈련인 시뮬레이션으로 컴퓨터 상에서도 할 수 있습니다. 철저히 대비했다면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도 막을 수 있었으리라 봅니다.
7. 이번에 신천지 종교에서 폭발적으로 일어났죠?
(이) 그렇습니다. 종교집회의 보건 위생 점검도 필요합니다.
역시 다중시설이므로 호흡기 질환이 쉽게 파급될 것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신도와 신도 사이의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한다던지 청정공기 유입 등 보건위생의 과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분야까지 보건담당자들의 생각이 미쳐야 할 것입니다.
8. 어쩌면 우리 보건규정에 이 분야가 전혀 없지는 않으리라 보입니다.
(이) 그렇다면 건성이 아니고 철저히 꼼꼼히 점검해야 합니다. 소심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가는 사람이 늘 이기는 법입니다. 병법에 보면 제일 무서운 적장이 소심한 적장이라고 했습니다.
소심한 장수는 철저히 대비를 합니다. 동양 장수들 중에 왜장들이 특히 그러한데 덕천가강이나 가등청정이 그렇고 서양에서는 롬멜이 그랬습니다.
그와 같이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를 적으로 보면 평소에 대비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9.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어버렸는데 견미지저를 말한 성인 기자는 나중에 우리나라에 와서 살았다고 하죠?
(이) 그것이 기자동래설입니다. 기자가 우리 고조선에 와서 조선을 동방예의 군자국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기자동래설의 내용입니다. 기자 동래는 사마천의 사기에는 나오지 않고 후한 때 복생이 쓴 상서대전에 처음 나오는데 이후부터 중국의 사서에 모두 등장합니다.
그래서 고려사에 평양에 기자능이 분명 있다 하였고 조선때 중국사신들은 무조건 이 평양의 기자의 능에 들러 참배부터 했습니다.
10. 중국사람들의 기분이 묘했겠군요?
(이) 우리가 기자능을 만들고 그 앞에 중국인들을 꿇어 엎드려 절하게 시키자 중국인들의 콧대가 팍 꺾였습니다. 중국사에서도 기자는 최초의 최고 성인입니다.
기자가 워낙 오래전 인물이고 이설도 있지만 반박할 수 없었습니다. 자기 역사에 최초 최고성인이니 어쩌겠습니까? 기자동래설이 없어진 것이 왜정시대 일본학자들이 들어와서 발굴결과 근거없다 하여 사라졌습니다. 대신에 기자의 자리에 일본이 앉았죠. 그것이 일선동조론으로 일본과 조선의 뿌리가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11. 기자가 어떤 사람이기에 그리 되었지요?
(이) 기자는 원래 은나라 마지막 주왕의 삼촌이고 또 은말 3현인 비간, 미자, 기자의 한 사람입니다. 은나라 마지막 왕 주가 타락하자 이를 바로 잡도록 가장 먼저 간한 사람이 주의 친척인 비간이었습니다.
비간은“군주가 과실이 있는데 죽을 힘을 다해 직언하지 않아서야 되겠느냐?”며 주왕에게 강하게 직언하자 주왕은 성을 내며 “성인의 심장에는 구멍이 일곱 개나 된다던데 정말 그런가?”라며 비간을 죽여 심장을 갈랐습니다.
12. 주왕이 흉폭하군요?
(이) 그렇습니다. 그러자 이어서 간하기로 햇던 주왕의 배다른 형 미자는 놀라 은나라의 고위관료들인 태사·소사 등과 함께 제기를 들고 서쪽 주나라로 도망쳐버렸습니다.
13. 그러면 기자만 남았군요?
(이) 그렇습니다. 기자도 조카인 주왕에게 충고했으나 듣지 않았고 삼촌이니 죽이지는 않았습니다.
주위에서 기자에게 미자처럼 은나라를 떠나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했으나 기자는 “주군이 충고를 듣지 않는다 하여 신하가 떠나는 것은 군주의 잘못을 부추기는 꼴이 되고, 백성들의 기대를 저버리게 되니 그럴 수 없다”며 머리를 풀어헤치고 통곡하다가 잡혀 감옥에 들어갔고 나중에 주나라 무왕이 쳐들어와 은나라를 치고 주왕을 죽이자 감옥에서 나왔습니다.
14. 기자가 의리가 있군요.
(이) 그렇습니다. 주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것도 필요합니다. 어려울수록 함께 해야 합니다. 사실 기자가 고조선으로 온 것이 주나라 무왕에 의해 나라가 안정되고 백성이 편안해진 뒤입니다.
망국 은나라의 신하로서 주나라에 붙어 사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 조선으로 온 것입니다. 조선에 와서 새로운 군자국을 만들어 자신의 이상을 실현시켰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동방예의지국이 됐습니다.
15. 오늘의 주제 견미지저의 결론을 내린다면 무얼까요?
(이) 작은 것을 보고 앞으로 일어날 큰 사태를 예측하는 견미지저가 현대에 꼭 필요합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이런저런 허점이 참 많습니다. 견미지저로 정부나 가정, 기업, 단체 의 허점을 극복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