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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세불인

♣ 구세불인(求勢不人) ● (2월7일 실버 방송)

향토사학자 이양훈 전KBS PD님이 고전 속의 교훈을 들려 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1. 오늘은 어떤 얘기를 하시겠습니까?

(이) 오늘은 옛 병법용어 구세불인(求勢不人)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2. 구세불인, 무슨 뜻인가요?

(이) 구세불인은 구할 求, 세력 勢, 아니 不, 사람 人입니다.

즉 싸움의 승리를 전체 군대의 세력에서 구하지 구성원인 개인에게 구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3. 전쟁에서 조직과 개인의 역할문제인가요?

(이) 그렇습니다. 전쟁은 조직으로 하는 것이지 개인별로 하는 것은 아니다 라는 뜻입니다.

각 단위 조직이나 부대가 서로 유기적으로 협조하여 이루는 하모니가 힘이 되어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이 구세불인의 기본 정신입니다. 이 하모니가 발휘하는 힘을 손자는 임세라고 했습니다.

4. 손자병법의 원문은 무엇인지요?

(이) 선자는 제5편 병세에서 말했습니다. 善戰者(선전자)는 구지어세(求之於勢) 불책어인(不責於人)이라, 잘 싸우는 자는 부대 전체의 세를 구하지 개인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

고 능택인 이임세(故 能擇人 而任勢)라, 고로 사람을 잘 골라 써서 이 사람들이 이룬 세력에서 승리를 구하는 것이다 했습니다.

5. 구세불인은 개인보다 시스템을 앞세우는 것이죠?

(이) 그렇습니다. 시스템으로 조직이나 군단이 굴러가게 해야 합니다. 이것은 돌이 비탈에서 굴러내리는 것이나 큰 파도가 쳐오는 것과 같습니다. 개인보다 시스템으로 싸워야 위력이 훨씬 세져서 이깁니다.

6. 역사에서 성공사례가 있나요?

(이) 많습니다. 과거 기원전의 지중해 포에니 전쟁에서 로마는 숙적 칼타고와 싸웠는데 로마는 12명의 평범한 장군들이이룬 시스템이었고 칼타고는 비범한 천재 한니발 혼자였습니다.

이 포에니 전쟁의 결과는 시스템으로 싸운 로마의 승리였고 한니발은 결국 지고 맙니다.

시스템을 도외시한 칼타고는 철저히 유린당하여 시민들은 남녀노소 모두 모두 죽임을 당했고 도시는 먼지가 되어 역사에서 사라졌습니다.

7. 구세불인을 위해서 그에 적합한 사람을 잘 골라 쓰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이) 그렇습니다. 사람을 골라쓰는 택인이 구세불인의 중요 부분입니다. 택인의 대상은 장군도 되고 병졸도 됩니다.

요즘 전쟁에 컴퓨터나 로봇 인공지능이 필요하지만 결국 전쟁은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기계를 비롯 모든 것을 잘 다루어야 합니다. 아무리 유능한 장군이라 하더라도 주변이나 상관, 또는 휘하 장교들과 인간적으로 불화해서는 이루기가 어렵습니다.

8. 역사에서 사람을 잘 택하여 구세불인을 이룬 사례를 든다면 누가 있겠는지요?

(이) 가깝게는 우리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있겠지요. 충무공은 늘 존경받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니 저절로 군영이 화합됩니다.

당시 신립이나 이일 같은 장수는 걸핏하면 부하들의 목을 베었습니다. 결국 군심을 모으지 못해 왜적을 만나자 군사들이 달아나버렸습니다. 충무공은 개인보다 전체가 하나 되는 구세불인으로 늘 이겼습니다.

9. 외국사례도 있겠지요?

(이) 그렇습니다. 구세불인으로 대표되는 인물은 유명한 아이제하워가 있습니다. 그는 라이벌인 맥아더만큼 똑똑하지는 못해도 늘 조직에서 팀워크를 앞세워 참모들이 그를 존경했고 나중에 모든 사병들이 그를 우러러보게 되어 싸움에서 저절로 구세불인이 되었습니다.

10. 동양에서는 누가 있겠습니까?

(이) 동양에서는 중국 청나라 강희제가 그런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구세불인을 잘 알고 택인도 잘 한 인물이었습니다. 만주족인 강희제가 명나라 잔존세력인 남명을 치는데 중국 한족장수 시랑을 택한 사례가 구세불인의 대표사례로 알려져 옵니다.

11. 시랑이 어떤 사람이기에 그랬나요?

(이) 시랑은 한족으로 바다를 잘 아는 수군 장수였습니다. 당시 1680년대에 청나라는 대만에 망명한 남명 정권을 정벌하는 일이 당면 과제였지만 아직 청나라는 중국 한족들의 인심을 얻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명나라가 망한 뒤에 정성공이 부명멸청을 기치로 남명을 세웠고 정성공이 죽은 뒤에 그 아들 정경이 대만을 근거로 저항하였고 때마침 그 정경이 죽어 대만을 쳐야될 때가 왔지만 일이 간단치가 않았습니다.

12. 바다를 건너가서 치기가 어려웠던가요?

(이) 그렇습니다. 만주족은 해전에 약했습니다. 그래서 한족 장수 중에 골라야 했는데 적합한 장수가 시랑이었지만 그가 한때 정경의 부하였고 또 한족이었으므로 일을 맡기기가 망설여졌습니다.

그러나 강희제는 주변의 의견을 구하고 과감히 정벌을 그에게 맡겼고 시랑은 바다를 건너가 정벌을 잘 이뤄냈습니다.

13. 그것이 강희제의 구세불인이었군요?

(이) 아니오. 더 중요한 구세불인은 그 다음입니다. 중국대륙을 구세불인하는 일에 강희제는 매달렸습니다.

만주족 한족 등 모든 민족들이 각기가 아닌 모두가 새중국 건설에 나서는 구세불인을 위해 정성공 정경 등 남명의 지도자들을 충절공으로 시호하고 제사를 지내도록 했습니다. 그러자 곧 만주족에 대한 저항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강희제가 그들 정성공 부자를 역적으로 몰았다면 명나라 부흥운동은 이어졌겠지만 강희제의 한족 끌어안기로 이후 청나라는 230년을 더 가게 됩니다. 이것이 강희제의 구세불인이었습니다.

14. 조직원 중에 제홀로 아주 똑똑한 이가 있고 주변과 불화하다면 이를 어떻게 해야 구세불인을 이룰까요?

(이) 주변과 화합하지 못하고 홀로 돌출하는 구성원은 장애물이 되니 조직을 위해 과감히 배제해야 하지만 그것은 저급한 조치입니다.

정답은 그를 적합한 자리에 재배치하는 것입니다. 구세불인을 위한 중요한 핵심 요소 중 하나가 적소배치입니다.

15. 적소배치가 좋겠군요. 더 얘기한다면요?

(이) 인재는 적재에 적소에 배치해야 합니다. 사람은 같아 보여도 같지 않고 한 가지는 특출나게 잘 하면 다른 한가지는 특출나게 못 합니다.

관리자는 조직원의 잘 하는 능력을 알아내어 적소에 배치해야 합니다.

16. 능력발굴인데 실제 사례가 있습니까?

(이) 역사 속에 사례를 들면 우리 과거시험에 식년시외 별시가 있었습니다. 3년마다 치르는 33명의 대과 급제자를 뽑는 식년시가 정통 관료 코스였지만 의외로 비공식 임시시험인 별시 급제자 출신 중에 정승과 판서 등이 더 많았습니다.

그것은 그들의 타고난 적소 능력을 높이 사서 출세시켰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