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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합기승

♣ 정합기승(正合奇勝) ● (1월31일 실버 방송)

향토사학자 이양훈 전KBS PD님이 고전 속의 교훈을 들려 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1. 오늘은 어떤 얘기를 하시겠습니까.

(이) 오늘은 병법 정합기승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2. 정합기승(正合奇勝), 무슨 뜻이지요?

(이) 정합기승은 바를 正, 합할 合, 기이할 奇, 이길 勝입니다.

정으로 싸우고 기로 이긴다는 뜻입니다. 정은 실력이요, 기는 기교입니다. 또 정은 정병이요, 기는 복병이기도 합니다.

3. 승리의 요체는 정과 기를 쓰는데 달려 있군요?

(이) 그렇습니다. 정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오랜 훈련과 교육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기는 기발한 기략으로 단기간에 짤 수 있지만 정이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기를 이루기 어렵다고 병법은 말하고 있습니다.

4. 그 병법 상의 내용을 소개해주시겠습니까?

(이) 손자는 凡戰者(범전자), 以正合(이정합), 以奇勝(이기승)이라고 했습니다. 그 말은 정으로 적과 대하고 기로 이긴다고 했습니다. 이기는데 기가 중요하지만 기는 정이 받쳐주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5. 정은 평소에 미리 닦아야겠군요?

(이) 그렇습니다. 갑자기 정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정은 주체의 본질입니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격언처럼 꾸준히 준비하여 정을 이룹니다.

명장을 만난 군대가 한번은 승리하지만 연전연승을 위해서는 사졸들이 단련된 정병이라야 합니다.

6. 우리 역사에 사례를 찾는다면요?

(이) 충무공의 난중일기를 보면 충무공은 평소에 정병 만들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군사들에게 활쏘기 같은 무술연습을 철저히 시켰습니다.

활쏘기 성적이 좋으면 상을 주고 나쁘면 광대옷을 입혀 춤추게 하여 창피를 느끼도록 하고 아주 나쁘면 곤장을 때렸습니다. 그렇게 오랜기간 단련된 병사들이라 병사들의 활 쏘는 적중률이 왜병의 조총을 앞질렀고 충무공 휘하에서 연전연승했습니다.

나중 원균의 칠천량 전투에서도 전멸하지는 않아 명량전투에서 재기할 수 있었습니다.

7. 울산에서도 그런 사례가 있을까요?

(이) 울산출신 의병장 이응춘 같은 이가 정합기승을 갖춘 인물입니다. 그는 왜병을 맞아 태화강전투, 개운포 전투에서 연전연승하는 기를 발휘하여 기승했고 정합의 정도 확실했습니다.

그가 전사하던 1594년 2월에 개운포에서 아들 승금에게 보낸 유서를 보면 이런 글귀가 나옵니다. “아이야, 왜병이 끝없이 몰려오는구나. 오늘 세 번 싸워 적을 물리쳤다만 이제 힘이 다하고 구원도 오지 않아 아마도 진이 곧 무너져 죽게 될 수 밖에 없구나.

우리 가문이 나라에 입은 은혜를 생각하면 죽는 것이 도리이다. 네는 부디 살아 조상을 위한 제사를 긋지 않도록 하여라. 이제 주변이 어수선하여 더 쓸 수도 없다”이랬습니다.

8. 정말 비장한 유서군요.

(이) 그렇습니다. 이런 비장함이야말로 정병의 요소입니다. 위험하다고 하여 모두가 달아나면 누가 나라를 지키겠습니까?

정합기승의 발휘를 위해서는 이응춘 의병장처럼 확고한 사생관이 필요합니다.

9. 정병이 아닌 사례도 있습니까?

(이) 과거에 정병이 아닌 때도 있었습니다. 625전쟁 때에 적군에게 포위되면 미군은 편제가 무너지지 않고 편제를 유지하여 탈출구를 뚫어 무사히 후퇴하는 정병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국군은 포위되면 군단장 사단장이 먼저 달아나서 편제가 무너졌고 장교들은 계급장부터 떼었습니다. 장교는 잡히면 바로 즉결사살되니 그 신분을 숨겼습니다.

10. 그러면 비즈니스에서 정합기승은 어떨까요?

(이) 비즈니스에서 정병은 회사를 위해 목숨이라도 바칠 수 있는 강인한 사원을 말합니다. 뛰어난 애사심과 실력도 지닌 정병사원을 만드는 것이 기업문화입니다.

오우너와 임원 간부들의 태도가 기업문화 형성에 중요합니다. 과거 모 대형 자동차회사는 회사가 어렵다고 소문나자 사원마다 퇴근 때에 담너머로 자신이 만든 자동차 부품을 먼저 던져놓고 나가서 주워 팔았다고 합니다.

그러자 그 회사는 곧 법정관리가 되고 말았죠. 그때 전문경영인 사장이 솔선수범 희생을 보였다면 그리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사장부터 정병사원이 되는 기업문화를 형성해야 합니다. 자기만의 장인 정신이 필요합니다.

11. 혹시 우리 행정 쪽은 어떻습니까?

(이) 그쪽도 그렇습니다. 정약용이 지은 목민심서 제3장 봉공을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목민자가 朝令所降(조령소강)인데 民心不悅(민심불열)하여 不可以奉行者(불가이봉행자)는 宜移疾去官(의이질거관)이라고 했습니다.

이는 조정의 명령이 내려왔지만 그 영을 백성들이 즐거워하지 않아 받들어 거행할 수 없으면 목민관은 병을 핑계하고 관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것이 옛 공직자의 올바른 정합기승의 예가되겠습니다.

12. 명령체계가 무너져도 이리해야 하는가 보지요?

(이) 그렇습니다. 불편부당한 영을 집행하는 것은 올바른 공직자의 자세가 될 수 없겠습니다. 부당한 영에는 저항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13. 비즈니스 외에 개인생활에서도 정합기승이 있겠죠?

(이) 물론입니다. 개인 생활에서도 정합기승이 요긴합니다. 개인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 먼저 실력과 태도를 닦아야 합니다. 지식을 쌓고 올바른 조행을 닦는 것이 정이요,

기회가 왔을 때에 자신을 드러내어 입신하는 것이 기가 됩니다.

14. 옛 성현의 말씀에도 정합기승의 생활태도가 나타나 있을까요?

(이) 성현의 말씀에 福不可徼(복불기요) 養喜神(양희신)하여 以爲召福之本 而已(이위소복지본 이이)라 했습니다. 이는 복은 부른다고 오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희신을 키우면 복은 저절로 오고 이미 곁에 와 있다고 했습니다. 희신은 기쁠 喜, 귀신 神입니다. 기쁜 신을 마음 속에 모셔두면 복이 저절로 찾아온다는 것입니다.

이런 희신의 바탕 위에 자신만의 적극적 생활태도를 만드는 것이 기가 됩니다.

15. 오늘의 병법 정합기승의 결론은 어떨까요?

(이) 손자는 병세편에서 정합기승에 대해 이렇게 결론지었습니다. 三軍之中 可使 必受敵 而 無敗者 奇正是也(삼군지중 가사필수적 이 무패자 기정시야)라, 삼군의 군사가 적과 마주치더라도 지지 않는 것은 기와 정에 달려 있다.

故 善出奇者(고 선출기자)는 無窮如天地(무궁여천지)요,不竭如江海(불갈여강해)라. 고로 기를 잘 쓰는 자는 그 무궁함이 천지와 같고 마르지 않는 것이 강과 바다와 같다. 終而複始(종이복시)에 日月是也(일월시야)라, 끝나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 해와 달이 뜨고 지는 것과 같고

또 死而更生(사이갱생)에 四時是也(사시시야)라, 죽었다 다시 살아나니 사계절이 도는 것과 같다 라고 했습니다. 이것이 정합기승의 실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