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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

♣ 쥐구멍에도 볕들날 ● (1월24일 실버 방송)

향토사학자 이양훈 전KBS PD님이 고전 속의 교훈을 들려 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1. 오늘은 어떤 얘기를 하시겠습니까.

(이) 오늘도 금년 쥐띠해 경자년을 맞아 쥐를 주제로 격언과 처세를 얘기할까 합니다. 쥐에 관한 격언으로 뭣이 있겠습니까?

2.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이) 그렇습니다. 형편이 어렵더라도 좌절하지 않으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온다는 뜻입니다. 옛 성현의 말에 齋日晴天(재일청천)이 焂變爲 雷震(숙변위 뢰진)이요

疾風怒雨(질풍노우)가 焂變爲 郞月晴空(숙변위 랑월청공)이라고 했습니다. 즉 갠 날 맑은 하늘에서 갑자기 천둥과 벼락이 치고, 반대로 바람 불며 세차게 비 내려도 갑자기 밝은 달 맑은 하늘로 변한다고 했습니다.

3. 옛사람들은 자연에서 교훈을 배웠군요?

(이) 그렇습니다. 성현은 氣機不常(기기불상)에 太虛不常(태허불상)이니 人心之體(인심지체)도 亦當如是(역당여시)라고 했습니다.

즉 천지의 이치나 우주의 이치, 사람의 마음도 불변이 아니고 변한다고 했습니다. 오늘에 연연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당나라 시인 두보는 翻手作雲 覆手雨(번수작운 복수우)라, 손바닥 뒤집으면 구름 되고 손바닥 엎으면 비가 되니, 紛紛輕薄 何須數(분분경박 하수수)라, 어지럽고 경박한 세상 인심 꼭 헤아려야 하나? 라고 했습니다.

4. 그러면 한때 실패했다고 지나치게 좌절할 일이 아닌가 봅니다. 볕들 날을 기다려야 할 듯 합니다.

(이) 그렇습니다. 인간은 생로병사의 큰 바퀴와 희로애락 애오욕의 칠정이란 작은 바퀴 사이에서 살아갑니다. 늘 변화의 가운데에 있으니 좌절 통탄하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5. 우리 옛선비들도 그렇게 살았겠죠?

(이) 그렇습니다. 유명한 다산 정약용 선생도 그랬습니다. 신유년인 1801년 천주교 박해로 포항 장기에 유배왔다가 다시 강진으로 유배가서 17년간 유배생활을 했습니다. 그간 『경세유표』, 『목민심서』, 『여유당전서』 등을 실학자로서 저술했습니다.

다산은 언제 사약이 내려올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 500권의 위대한 저술을 이뤘으니 역경은 자신이 받아들이기 나름이고 희망을 가지면 만회 기회는 다시 옵니다.

6. 울산에서 그런 사례는 없는지요?

(이) 1686년에 언양에 유배온 문신 권해가 그와 유사합니다. 호조판서 권대재의 아들로서 사헌부 집의로 있을 때에 조정의 일곱 훌륭한 문신으로 칭송받았지만 1679년 판중추부사 허목과 영의정 허적, 도승지 민암이 싸운 청남 탁남 싸움에 휘말려 청도로 귀양왔고 이듬해 함경도 창성으로 이배되었다가 1686년에 다시 언양으로 이배왔습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권해는 언양에서 『춘추인씨지』라는 공자의 춘추를 분석한 책을 완성했고 3년 뒤인 1689년에 기사환국으로 복관되어 대사간 · 대사성 · 대사헌 등 여러 벼슬을 다시 지냈습니다. 권해야말로 울산의 정약용이라 할만 합니다.

7. 오늘 주제 쥐구멍 볕들 날에 대해 공자님 말씀도 있으신지요?

(이) 있습니다. 공자는 계씨편에서 “是可忍也(시가인야), 孰不可忍也?(숙불가인야?)”라고 했습니다. 이 뜻은 “이것을 참을 수 있다면 무엇을 참지 못하겠느냐?”는 말인데 때로 부당함에 화가 치밀지만 해결이 능력밖이라면 스스로를 달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8. 혹시 맹자는 뭐라고 했나요?

(이) 맹자는 말했습니다. 順天者(순천자)는 存(존)하고 逆天者(역천자)는 망한다고 했습니다.

하늘에 순응하는 자는 살아나고 하늘을 거스르는 자는 망한다고 했습니다. 하늘의 뜻에 따라 올바르게 살면 기회는 필히 다시 옵니다.

9. 그러면 어찌 처신해야 하늘의 기회를 잡을 수 있겠습니까?

(이) 어떤 기회인지는 확실히 알 수는 없으되 중국 북송의 유명한 유학자 장사숙은 군자의 처신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凡語(범어)는 必忠信(필충신)하며 凡行(범행)은 必篤敬(필독경)이라, 무릇 말은 충성되고 믿음이 있어야 하며 행동은 돈독하고 공경해야 한다. 음식은 必愼節(필신절)하며 의관은 필정숙이라. 즉 음식은 반드시 줄여 절도있게 해야 하며, 의관은 반드시 정제하여 바르게 해야 한다.

거처는 필정정(必正靜)하며 出言(출언)은 必顧行(필고행)이라, 사는 거처는 필히 바르고 조용해야 하며 말은 실제 행할 수 있는지 그 실행여부를 먼저 생각한 후에 말하라고 했습니다.

10. 그 분도 실제 그렇게 사셨습니까?

(이) 장사숙은 그렇게 살려고 노력했던 모양입니다. 장사숙은 皆 我未深省(개 아 미심성)이니 書 此當左右(서 차당좌우)하여 朝夕視爲警(조석시위경)이라.

이 모두가 자신이 아직 깊이 깨닫지 못한 것이니 좌우명으로 곁에 써붙여 놓고 아침 저녁으로 보고 경계한다고 했습니다.

11. 실천을 위해 노력했군요. 개인의 삶도 그렇지만 국가나 사회의 어려움도 견뎌야 좋은 날이 오지 않겠습니까?

(이) 그렇습니다. 우리가 국난을 겪게 되면 전 국민이 힘듭니다. 비록 암담해도 뜻과 힘을 모으면 국난이 타개되고 번영의 시대가 옵니다. 우리가 625전쟁 때에 모든 것이 파괴되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후 경제개발로 세계가 놀라는 발전을 이뤘습니다.

우리 민족은 난관 극복 능력이 뛰어나니 오늘날 우리가 처한 어려운 현실도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12. 임진왜란과 같은 전란도 잘 극복했지요?

(이) 그렇습니다. 임진왜란은 전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희생되는 큰 국난이었습니다. 우리가 곳곳에서 의병을 일으켜 싸워 적을 물리쳤습니다.

울산의병의 대표가문이 의병 父子 울산박씨 박홍춘 장군과 박계숙 집안입니다. 언양현감 출신 박홍춘 장군은 아들 계숙과 함께 임진왜란 7년간 왜적과 끊임없이 싸웠습니다.

나중 박홍춘은 선무원종공신 1등에 녹훈되었죠. 당시에는 임진왜란이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암울함 속에서도 의지를 잃지 않고 싸웠던 것입니다.

13. 그 얘기를 들으니 오늘날 일본과 싸우는 징용공 배상 문제 해결은 언제 끝날지요?

(이) 머지 않아 끝날 것입니다. 앞에서 얘기했듯 세상은 변하기 마련이고 그 끝날 날이 도래할 것입니다. 아베가 물러나면 끝날 것이고 우리쪽도 사정이 변할 수 있습니다.

다시 경제의 활기를 되찾아 세계가 놀라는 한국이 될 것입니다.

14. 그 얘기를 들으니 옛말 고진감래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하죠?

(이) 그렇습니다. 옛말에 苦盡甘來(고진감래) 興盡悲來(흥진비래)라고 하였습니다. 고생이 끝나고 좋은 시대가 필히 옵니다. 또 一苦一樂 (일고일락) 相磨鍊(상마련)하면 其福始久(기복시구)라고 하였습니다.

즉 괴롭고 즐겁기를 반복하여 이룬 복이야말로 오래가는 복이라고 했으니 비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