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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고

🐚🐚🐚《느린 달팽이에게도 충고하지 말라》

카프만 부인이 자신의 책 ‘광야의 샘’에서 이런 경험을 털어놓았다.

어느 날 그녀는 누에고치에서 번데기가 나방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

바늘구멍만한 틈새에서 몸 전체가 비집고 나오려고 한나절을 버둥거리고 있었다. 안쓰러운 생각에 가위로 구멍을 넓혀 주었다. 커진 구멍으로 쉽게 빠져나온 나방은 공중으로 솟아오르려고 몇 번을 시도하더니 결국 날지 못하고 땅바닥을 맴돌았다. 🌘

그녀는 나방이 작은 틈새로 나오려고 애쓰는 시련을 거치면서 날개의 힘이 길러지고 물기가 알맞게 말라 날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사람은 누구나 편안한 삶을 살기를 원한다. 고통을 싫어하고, 기쁨만 가득하기를 바란다. 🌹

그러나 고통이 없고 기쁨만 있다면 인간의 내면은 절대 여물 수 없다.

나방처럼 난관을 헤쳐가는 과정에서 생존의 힘을 기를 수 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법이다.🌰

다친 달팽이를 보거든
도우려 들지 말라.

스스로 궁지에서 벗어날 것이다.
성급한 도움이 그를 화나게 하거나
다치게 할 수 있다.🐆

하늘의 여러 별자리 가운데서
제자리를 벗어난 별을 보거든
별에게 충고하지 말고 참아라.🌐

별에겐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라.

더 빨리 흐르라고
강물의 등을 떠밀지 말라.
강물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시인이자 영화감독인 장 루슬로가 쓴 ‘또 다른 충고들’이란 시이다.☔ 사람들은 자식이나 친구에게 충고하면서

“다 너를 위해 그런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상대를 위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생각대로 살게 하려는 욕심일 수도 있다.🔮 비록 느린 달팽이일지라도 분명히 자신의 속도와 자신의 방향대로 움직이고 있다. 나의 잣대로 함부로 충고하지 말아야 한다.🔊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보는 것이 때론 상대를 돕는 최선의 길일 수 있다.

자녀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살라’고 시시콜콜 간섭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

부모의 잔소리가 자식을 별천지로 옮겨줄 마법의 양탄자가 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

삶의 주인공인 자기가 애써 얻은 것만이 진정한 가치를 지닌다.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에서도 주인공 파우스트는 신비한 약을 먹고 젊어진다. 그는 마법의 도움으로 모든 영화를 누리지만 마법에 의존한 쾌락은 허상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

자신의 삶으로 되돌아온 그는 생의 황혼녘에 이렇게 외친다. 🚈

“자유도 생명도 날마다 싸워서 얻으려는 자만이 그것을 누릴 자격이 있다.”🗾

삶은 휘황찬란한 마법에 있지 않다. 오늘 하루 내 삶을 당당히 살았으면 그것으로 되었다. ⭕

달팽이도 자기 속도대로 걸어간다.➰

(배연국 / 세계일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