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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신수길 암살 양부하50

천상선인 2021. 8. 22. 03:06

풍신수차는 영지로 오미국 가모군 등지에 43만석을 받았으니 큰 규모의 영지였다.

수차는 1591년 8월에 풍신수길의 적남 쓰루마쓰가 죽자 그 해 11월에 수길의 양자가 되고  12월에 태합으로 은퇴한 수길을 뒤 이어 관백이 되었다.

그는 관백 취임 후에 교토의 취락제에 거주하면서 집무를 보았으나 아직 권력은 후시미의 수길에게 있었다.

취락제는 규모도 크고 화려하였다.

교토 동북쪽에 있는 천황의 궁은 그리 넓지 않고 정원도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았다.

성지(城池)도 없고 초라하기가 웬만한 왜장들의 집보다 못 하였다.

취락제는 천황의 거처와는 반대방향인 교토 서쪽에 있었다.

취락제는 5층 높은 누각에다 아름다운 담장이 사방으로 둘려 있고 담 아래에 방어를 위해 땅을 파고 물을 넣어 해자를 만들었다.

곳곳에 호위 군인이 들어가 지키는 요새화 된 초소도 설치하였다.

이 저택에서는 일본의 다조(茶祖)로 불리는 수길의 다도 스승인 센노 리큐의 집도 지어졌고 자주 다도회가 열렸다.

가끔 천황이 방문하기도 했다.

이 취락제에 머문 수차는 조선 침략 전쟁에 골몰한 풍신수길을 대신해 내정을 맡았다.

그런데 1593년에 경천동지할 일이 발생했다. 풍신수길에게 친아들 히데요리(豊臣秀頼)가 태어난 것이다.

이로부터 수차의 지위가 위태로워졌다.

두 사람 사이가 냉랭해지자 주변에서 히데요리와 수차의 딸을 혼약시키는 등 화해를 도모했으나 풀리지 않았다.

언제 수차가 관백 자리에서 쫓겨날지 알 수 없었다.  

후시미성에서 30리 거리의 취락제는 경계가 삼엄했다.

“후시미에서 오셨어?”

대문을 지키는 수졸은 안으로 연락을 취한 후에 문을 열어 주었다.

“후카와상, 오셨군.”

평소에 안면이 있었던 수차의 집사장 다나카 요시마사는 서류를 보고는,

“다도회에의 초대장이군요. 알았습니다.”

라고 말했다.

그가 일어서려 하자 집사는 차를 한 잔 하고 가라고 말했다.

“고맙습니다.”

집사장은 안으로 사라졌다.

차를 마신 부하는 출발하려다가 모처럼 온 김에 취락제 구경을 할까 싶었다.

화려하기로 소문난 취락제였다.

천천히 안쪽으로 들어가 보았다. 온갖 희귀 수목들과 기묘한 바위들로 꾸며져 있었다.

취락제는 아름다웠다.

모퉁이를 도는데 저 쪽에 사람들이 무슨 작업을 하고 있었다.

땅을 파는가 본데 사방을 흰 천으로 가리고 작업하고 있었다.

그 위치가 본채의 정면 앞뜨락으로 곱게 가꾸어진 잔디들이 뜯겨져 사방에 뒹굴고 있었다.

무슨 작업을 하는 것일까?

가까이 가니 파낸 흙들이 사람 키 높이만큼 쌓여 있다.

큰 구덩이를 파는 작업이었다.

자로 파낸 곳의 깊이를 재는 이는 수차의 가신 기무라 시게코레(木村重茲)였다.

그 옆에 나가노 나가야스(前野長康),
하네다 마사씨카(羽田正親),
핫토리 카즈타다(服部一忠),
와타라세 시게아키(渡瀬繁詮) 등 수차의 최 일급 가신들이 모두 모여 있다.

수차는 보이지 않았다.

‘저들이 무엇을 하고 있나?’

궁금증이 생겨 한참을 들여다 보았다.  

“네는 누구냐!”

누가 양부하의 어꺠를 꽉 잡았다.

돌아보니 관백 수차였다.

“왜 멋대로 엿보고 있나!”

그는 무서운 표정으로 노려보았다.

“이 놈이 수상하다!”

가신들이 달려 왔다.

“이 자는 태합 곁에서 일하는 조선인이 아닌가?”

“취락제에 와서 엿보고 있어?”

가신 시게아키가 칼을 뽑으려 한다.

양부하가 전말을 얘기했다.

그리고 집사장인 요시마사가 달려와 그가 태합이 보낸 관인임을 확인했다.

수차가 말했다.

어서 돌아가라고 했다. 양부하는 급히 말에 올라탔다.

그가 고삐를 당겼을 때에 갑자기 한 떼의 병사들이 나타나 그를 에워쌌다.

그들의 앞에 수차의 1급가신인 기무라 시게코레(木村重茲)가 있었다.

그는 수차에게 말했다.

“관백 나리. 저 자를 살려두면 안 됩니다. 죽이지 않으면 비밀이 누설될 것입니다.”

“우리가 태합과 감정이 뒤틀려 있음은 천하가 아는 사실이다. 만약 태합의 통인(通引)을 죽이면 더욱 의심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하시려 합니까?

저 자를 통해 태합이 알면 우리 모두가 죽습니다.”

아, 부하는 그 목소리가 기억이 난다.